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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책 줄거리, 와닿았던 내용, 서평

by 권오현님의 블로그 202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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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줄거리

누군가의 오랜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 이토록 환하고 유쾌할 수 있을까? 마냥 해맑게 자랐을 것만 같았던 크리에이터 ‘빵 먹다 살찐 떡’ 양유진의 첫 투병 고백 이야기다. 틱톡과 유튜브 채널 ‘빵 먹다 살찐 떡’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다정한 웃음을 선사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난치병 ‘루푸스’(만성 자가면역 질환) 투병을 고백한다. 작은 방에서 홀로 찍었던 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닿아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기까지 괜스레 이야기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책에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10년 동안 난치병 환자로 살아오며 생사의 갈림길마다 자신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의 털털하고도 다정한 사랑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한 동기다. 남모를 아픔으로 남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가야 했던 어린 날, 삶의 곳곳에서 나타나 삶의 방향과 태도를 가르쳐준 사람들을 위해, 또 자신이 받은 응원을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 저자는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쑥 꺼낸 진지한 이야기에 멋쩍은 분위기가 될까 봐, 인기를 얻었다고 책을 내는 모양이 될까 봐, ‘빵떡’ 양유진은 밤을 지새우며 글자를 지우고 또 지우며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자신의 진심을 담았다. 그 진심 가득한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의 내면에 섬세하게 자리 잡은 수많은 사람이 선명하게 기록된다. 고층 항암 병동에서 입원했을 때 마주한 ‘갱스터 할머니’에게 꿋꿋한 삶의 태도를 배우고, 여행 중에 만난 동네 할아버지에게 고민의 힌트를 얻는다. 결국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람들과 함께 만든 꿈이라는 것을, 그 꿈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웃는 웃음이라는 것을, 이 책은 담백하고 진솔하게 당신에게 슬쩍 건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의 아픔에 대한 고백일 뿐 아니라, ‘나’를 살게 한 수많은 얼굴에 대한 기록이다.

와닿았던 내용

이 루푸스라는 친절한 친구는 내 인생의 모든 중요한 순간에 타격을 주었다. 내 발목을 잡았고 실패라는 결과를 손에 쥐여주었다. 처음 병을 알았을 때처럼 매번 아무렇지 않게 극복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유쾌하고 조금은 괴짜 같은 긍정적인 내 성격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생각의 전환,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진짜 큰일이 났을 때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 보자고 마음먹는다.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 이외에도 아직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많다. 들여다보지 않은 부분들도 있고, 알지만 애써 외면한 부분도 있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털털하고 쿨한 ‘쾌녀’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에겐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또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어 힘차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항암 병동의 한 병실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조금은 홀가분하게 혹은 조금이라도 괜찮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각자의 모양이 있듯이 나도 나만의 조금 특별한 모양이 있을 뿐,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배웠다. 다시 우리 갱스터 할머니를 마주하는 날이 온다면 할머니의 방식에 맞춰 도움을 드리고 싶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아직 중학생인 내가 소화하기엔 많이 무거웠다. 처음에는 괜히 엿듣는 것 같아 집중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크게 와닿는 통에 나중에는 아예 새겨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일 선배님들의 레전드 인생 스토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저 내성적이에요’를 대놓고 표현했던 침대 커튼 안에서 대선배님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조용히 울고 웃고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다. 주변의 나와 같은 루푸스 환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나처럼 많이 지쳐 보였다. 초점 없이 한숨만 내쉬고 있는 내 또래의 한 분이 유독 눈에 새겨지며 내가 배우를 하고자 마음먹은 이유가 떠올랐다. 힘들었을 때 많은 작품을 보며 위로받고 버텼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지친 사람들에게 나의 유쾌함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꽤나 여유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플 때면 한계를 마주하고 잠시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내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되새기기 때문이다. 나처럼 아프고 힘들거나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을 웃게 하려는 내 마음이 늘 분명하면 금방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사람을 한순간에 아이처럼 기쁘게 하기도 하고 초라하게 하기도 하는 이 꿈, 참 요망하고 매력 있다.

서평

조금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을 법도 한데, 마음속에 오래 담아온 투병 이야기를 꺼내며 이 책의 저자 ‘빵 먹다 살찐 떡’ 양유진은 털털하게 말문을 연다. 중학교 3학년에 갑자기 난치병이 찾아왔을 때 “이참에 매일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나를 보호해야 할 면역 체계가 오히려 나를 공격해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위험한 난치병 ‘루푸스’는 다행히 생존율이 90%가 넘지만, 갑작스레 위험한 증상이 발현되는 질병이다.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다 황달부터 발진 등 갑작스러운 증상이 일상을 멈춰 세운다.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해 가벼운 출혈에도 위험하고, 류머티즘관절염이나 광과민성증후군까지 따라다닌다. 지금까지도 일상을 위협하는 증상을 겪으며 어린 나이부터 생사를 오가는 위급한 입원 생활을 넘겨왔으면서도 저자는 의연하고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루푸스는 내게 친절한 친구 같았다고.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난치병이 어떻게 ‘친절한 친구’ 같을 수 있었을까? 한창 즐거워야 할 청소년기에 입원실에서 몇 주를 입원하고, 바깥 생활을 하기 어려워 방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날들이 버티기 쉬웠을 리는 없다. 유튜브 ‘빵 먹다 살찐 떡’의 영상을 챙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자신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이었다고 저자는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저자가 어떻게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투병 생활을 긍정적으로 이겨냈는지를 귀띔하는 진솔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투병을 버티게 했던 것은 바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넌지시 가르쳐준 수많은 사람이었다. 병을 겪는 동안 새로 마주했던 이들의 위로와 배려, 자신보다 훨씬 심각한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를 저자는 온몸을 통해 느끼고 배워나갔다. “아프기 싫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엄마의 사랑이 쾅쾅 부딪”쳤던 예민한 어린 시절부터, 저자는 점차 사랑과 긍정의 힘을 깨닫기 시작했다. 온통 아픈 자신에게만 신경이 쏠려 있을 법한 시간, 저자는 타인에게서 삶을 깨끗하게 배우고 담백하게 소화하며 자신의 병을 점차 이겨냈다. 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을 향해 나아갔던 지난 투병의 기록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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