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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때로는 나도 숨어버리고 싶다 책 줄거리, 와닿았던 내용, 서평

by 권오현님의 블로그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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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도 숨어버리고 싶다 줄거리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저자가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낸 과정을 진솔하게 고백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존감은 낮았지만 사실 자신이 자신을 그렇게 싫어한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과,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고 세상에 나섰던 방법을 알려주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열등감의 또 다른 얼굴은 사실 도덕적 자기 미화의 왜곡된 표출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2장에서는 세상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끝없이 소용돌이치며 몰려오는 부정적 생각을 멈추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과 같은 회피형 인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사회불안 장애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죄책감이 왜 가장 부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감정인지를 설명한다. 그저 우월감을 증명하려는 게 아닌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함으로써 진정한 자신감을 쌓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3장은 예민함과 소심함으로 늘 마음에 둔 이성과의 관계를 망치고 마는 겁쟁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고, 현실을 중심에 놓을 줄 아는 기준 전환에 대해, 자신을 괴롭히던 애정 결핍의 그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따듯한 어조로 설명한다. 4장에는 결국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픈 과거에 자신을 가둬두지 않을 수 있는 저자의 심리적 처방이 들어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저자가 마련해 준 ‘전투 정신’으로 당당하게 세상과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와닿았던 내용

커다란 상처를 입었던 사람은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상태가 되어 현실에서 마주하는 작은 상처 하나에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참담한 처지에 놓인 낯선 누군가를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에게 동정과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자신이라면, 당신은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진정한 감정만이 우리 마음의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 과잉보상을 바라는 심리와 허구에 가까운 완전무결을 추구하는 마음은 당신이 정한 목표에 가까워지는 듯해도 가슴 한구석은 더욱 막막하고 공허한 느낌만 남길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높은 목표를 성취해도 자기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 마음이 자라기 시작하면 ‘자기 혐오감’이 서서히 줄어들어 마음속의 상처받은 그 아이와 진정으로 작별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인생’이라는 기나긴 길 위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시시각각 찾아오는 현재의 불안과 의혹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을 뿐이다. 일의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하여 그 안에서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많은 난관을 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 그래서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마음에서 비롯되어 현재 몸이 느끼는 감정을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

‘윤리적 가치’는 때로 아름답게 장식된 함정과도 같다. 그래서 함정에 빠지면 열등감이라는 밧줄에 단단히 옭아매어지게 된다. 윤리적 가치를 좇는, 그래서 도덕적 미화에 빠져 그렇게 살아온 세월 동안 나는 이 함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양보하는 행위는 내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게 하는 동시에 점차 스스로 어떤 것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존재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자신의 이익을 반복적으로 희생하는 행위는 자신에게 “최악의 결과를 선택하라”는 심리적 암시를 심어주었다. 원래 정신적으로 건강했던 사람들도 마이너스 에너지가 가득한 집단에 머무르게 되면 우울한 감정에 서서히 잠식되다가 결국 정신 붕괴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만약 매일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강요받는다면, 매일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부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매일 많은 짐을 짊어지고 빚을 갚기 위해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정신 건강 상태가 좋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머잖아 삶에 대해 절망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므로 절망감이 엄습해 올 때, 이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잠깐 몸담은 작고 작은 잿빛 세상일 뿐 온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깊은 밤을 좋아했다. 어둑한 밤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나 혼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기 때문이다. 난 길가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거나 호수 변에 가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혹은 캄캄한 산기슭에 올라 별빛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있곤 했다. 그때야 비로소 나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행복감에 젖었다. 그때 나는 이런 글귀를 적었다. “혼자만의 삶이 강한 건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 필요한 게 있다면 그것은 ‘외로움’뿐이다.”

서평

지극히 예민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일을 만나면 이렇게 생각한다. ‘이 일은 원래 내게 중요하지 않았어.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는걸 뭐.’ 그리고 태연한 척 자신의 감정을 가장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자신이 남보다 못한 면만 자꾸 떠올리며 스스로를 얕잡아보기 시작하고, 어떤 식으로든 곤란한 질문을 받거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스트레스 상태’가 되어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한다. 매번 힘든 순간마다 움츠러들고 어딘가로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다시 혐오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모른 채 낮아지기만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며 이렇게 강조한다. 숨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면 내면의 자아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다고. 남들과는 달리 매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신의 높은 감수성이 자존감을 억누르는 약점이 아니라 선택받은 소수만이 지닌 강력한 무기이자 장점이라고. 숨어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구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달래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다. 저자는 높은 감수성과 낮은 자존감으로 힘겨워하던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용감하게 인생의 주인공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지를 진솔하게 고백하며 독자에게 함께 하자고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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